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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늘나의하루

땅 끝에서

by 흥술녀흥흥:) 2022. 10. 3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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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래서 끝으로 갔다.
생이 자꾸만 끝으로만 밀려간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.
차라리 내가 자진해서 끝까지 가보자고 해서
땅끝으로 간 것이었다.
땅 끝에서
더는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는 막바지에서
바다를 보았다.
그 바다가 너무 넓어 울었다.
해 지는 바다가 너무 아파서 울었다.
다음날 아침
해 뜨는 바다를 보고
땅 끝에서도 아침 해는 뜨는구나 하며
또 울었다.
그리고 밥을 먹었다.
모래알 같은 밥을 꾸역꾸역 목구멍 속으로 밀어넣었다.
땅 끝에서
등만 돌리니 다시 시작이었다.

-당분간 나를 위해서만 中에서-




살면서 막막한 순간들이 몇차례 오는 것 같다.

하지만 시간과 세상은
나와는 상관없이 속절없이 흐르고 있더라.

허망하고 허무하고 혼자라는 생각에 사무쳐 눈물을 흘리다가도
다 부질없다 싶어 끈을 놓아 버리고 싶을 때도 있었다.

혼자 있지 않아도, 사람들과 어울리는 그 자리에서도
잠시 멍해지는 순간에 무서운 상상이 들 정도로 정신이 피폐해졌었다.

늘 긍정적이라 생각하고 다 이겨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나도
그럴 때가 있더라.

지나고서야 다 하는 말이지만,
어떻게 그 시간들이 흘러 갔는지 기억 조차 나지 않는다.

그냥 살았다.

평소와 같이 생활 할 수는 없었지만,
평소와 같이.

살고자 돌처럼 넘어가는 밥을 먹고
살고자 안감기는 눈을 감고
살고자 울음에 허덕여지는 호흡을 붙잡으며 숨을 쉬었다.

그렇게 나는 그 시간을 뒤로한채,
시간에 따라 세상에 따라 함께 흘러가고 있는 중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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